200년 역사 글렌버기(Glenburgie) 위스키, 발렌타인의 핵심 몰트에서 싱글몰트 스타로
스페이사이드 불법 증류소에서 시작된 글렌버기(Glenburgie)의 역사
발렌타인 핵심 원액으로 자리매김하며 독립 병입도 활발해져
1810년,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지역 포레스 근처에서 불법 위스키 증류가 시작됐다. Kinflat이라는 이름으로 세워졌던 이 증류소는 훗날 글렌버기(Glenburgie)로 거듭나며 스카치 위스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다.
글렌버기(Glenburgie) 증류소의 공식적인 시작은 1829년 William Paul에 의해 합법적으로 설립되면서다. 그러나 Kinflat이라는 초기 이름으로 운영되던 시절을 포함하면, 이 증류소는 200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가는 깊은 역사를 자랑한다.
1870년 증류소는 한 차례 문을 닫았고, 7년간 운영을 멈췄다. 1878년 Charles Hay가 면허를 취득하고 글렌버기(Glenburgie)-Glenlivet이라는 이름으로 재가동하면서 오늘날의 글렌버기(Glenburgie)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했다. 이후 증류소는 1936년 Hiram Walker가 인수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Hiram Walker의 소유 하에서 증류소는 10년간의 공백을 겪고, 이후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안정적인 생산을 이어갔다.
1987년 Allied Lyons(후일 Allied Domecq로 변경)가 Hiram Walker를 인수하며 글렌버기(Glenburgie)는 다시 새로운 주인을 맞는다. 2004년 Allied Domecq는 대대적인 재건에 나서며 430만 파운드를 투입해 완전히 새로운 증류소를 세우고 증류기를 2기 추가했다. 이 공사는 이듬해 Chivas Brothers에 인수되기 직전의 마지막 투자였다. 이후 2006년에는 증류기 2기를 더 늘려 현재 6기의 전통 구리 포트 스틸을 가동 중이다.
글렌버기(Glenburgie)는 한때 실험적인 증류 방식도 도입한 적이 있다. 1958년부터 1981년까지는 2기의 Lomond 스틸을 활용했다. 이는 내부에 조절 가능한 3개의 플레이트가 있어, 하나의 스틸로 다양한 스타일의 위스키를 증류할 수 있었다. 현재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돌아가 6기의 양파형 구리 포트 스틸과 함께 12기의 스테인리스 스틸 워시백, 7.5톤 규모의 세척 통이 있으며, 52시간의 짧은 발효 과정을 통해 연간 425만 리터에 달하는 증류주를 생산하고 있다.
글렌버기(Glenburgie)는 오랫동안 발렌타인 위스키의 핵심 몰트로 사용돼왔다. 그만큼 수요는 높았지만, 싱글 몰트로 병입된 제품은 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흐름에 변화가 감지된다. Chivas Brothers는 글렌버기(Glenburgie)를 독립 브랜드로 육성하기 시작했으며, 2017년에는 15년 숙성 싱글 몰트를, 2019년에는 18년 숙성 제품을 'Ballantine's The 글렌버기(Glenburgie)'라는 이름으로 공식 출시했다.
15년산은 아메리칸 오크 버번 캐스크에서 숙성되며, 사과와 배의 과일 향이 입안을 감싼 뒤 꿀과 마지팬의 고소한 풍미로 이어진다. 미각에서는 캐러멜과 바닐라, 화이트 초콜릿의 달콤함이 조화를 이루고, 피니시에서는 다시 과일향이 고개를 든다.
글렌버기(Glenburgie)는 Signatory, Gordon & MacPhail 등 독립 병입업체를 통해서도 다양한 숙성 연도의 제품이 선보이고 있다. 스코틀랜드 위스키 산업의 오랜 역사를 담고 있는 이 증류소는 이제 다시금 그 이름을 알리며 싱글 몰트 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